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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술신잡/위스키에 대하여

위스키 어떻게 시작해야될까? 위린이(위스키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

 

언젠가 문득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위스키를 마셔보고 싶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 위스키를 마셔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음미하며 위스키를 마셔본 적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향을 음미하며 위스키를 맛보고 싶다! 하지만 위스키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모든 허세와 이론적 완벽함을 내려놓고, 위스키를 시작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자

 


일단 마시자!

대책 없고, 무책임한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위스키를 즐기고자 한다면 일단 아무 위스키나 한 병 사서 마셔야 한다. 그 한 병을 온전히 비워봐야 한다. 일단 마시는 것이 무조건적인 첫 번째 방법이다. 하지만 일단 마시는데도 약간의 방법을 가미하면 더욱 좋다.


1. 무엇을 마실까

마트에서 손쉽게 구비 할 수 있는 가성비 위스키들. 2만원대에 구입 할 수 있다. 왼쪽부터 페이머스 그라우스,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블랙보틀

제일 고민이 많은 부분일 것이다. 답은 나와있다. 저렴한 위스키부터 마시자.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페이머스 그라우스, 블랙보틀,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등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대가 낮은 제품부터 시작하자(그래도 임페리얼이나 윈저보다는 저 제품들을 마시자). 제일 첫 제품으로는 아무래도 가장 무난한 페이머스 그라우스를 추천한다. 

 

나는 싱글몰트로 시작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일단은 저렴한 위스키부터 시작하자. 와인을 제대로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 로마네꽁티를 마신다고 당장 아름다운 여인의 뒷모습이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위스키에 익숙해지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그렇다면 위스키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위스키는 독한 술이다

맥주는 알코올 함량 5% 이내, 소주는 요즘 16.5% 수준이다. 막걸리도 5%이내, 와인도 15%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위스키는 최소 40% 이상이다. 엄연한 독주다. 처음 마시면 높은 알코올이 주는 강력함에 향을 느낄 여유가 없다. 그래서 우선 이 독함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궁금 할 수 있다. 언제 익숙해졌는지 알 수 있냐고. 위스키를 입에 머금고 이리저리 돌린 후 목으로 넘겼을 때 기침이 나지 않으면, 당신은 위스키의 독함에 익숙해 진 것이다. 하지만 한 단계가 더 있다.

 

위스키는 향이 있는 술이다.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위스키가 갖는 훌륭한 향과 맛 때문이다. 이것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위스키 애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닐라 향이니, 시트러스 향이니, 피트 향이니 이런 것들을 세세하게 읽어 낼 수는 없다. 처음에는 그저 알코올이 주는 강력함을 뚫고, 위스키가 갖는 어떤 향이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 위스키 냄새가 이런거였구나. 처음과 달리 단순히 독한 술을 넘어 위스키 향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저렴한 가격대의 위스키를 한 병, 두 병 비워내다 보면 위스키에 충분히 익숙해 질 수 있다. 이 익숙해지는 과정이 일단 마시는과정이다.


2. 어떻게 마실까

여러 병의 위스키를 마신다고 해도, 마시는 방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위스키를 즐기게 될 수 없다. 위스키를 마시는 안 좋은 예를 몇 가지 들자면,

 

   1) 작은 원기둥 형의 양주잔(스트레이트잔)에 위스키를 마신다

   2) 소주 잔에 마신다.

   3) 머그컵에 마신다

   4) 종이컵에 마신다.

 

위스키는 색, , 맛 모두를 즐기는 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이트잔이나 소주잔 같이 향을 즐기기 어려운 잔은 피해야 한다. 머그컵은 위스키의 색을 즐길 수 없을 뿐더러, 입에 닿는 두께가 두꺼워 제대로 된 맛을 즐기지 못하게 한다. 종이컵은 심지어 종이향까지 위스키에 배어들기 때문에 최악 중 최악이라 할 수 있다. 종이컵은 절대 안된다!

이런 안좋은 방식으로만 위스키를 무작정 마신다면, 당신에게 위스키는 언제까지나 독한 양주일 뿐이다. 


 

위스키는 가급적이면 위스키 전용 잔에 마시자

유명한 싱글몰트 테이스팅 글라스 글랜캐런(GelnCairn). 두 개에 15천원 정도면 구매 할 수 있다

위스키를 음미하는데 가장 좋은 잔은 튤립 모양으로 생긴 위스키 테이스팅 전용잔이다. 입구가 좁아 향을 맡기에 최적화 되어 있고, 투명한 유리기 때문에 위스키의 색과 바디감을 감상하기도 훌륭하다. 잔 크기도 넉넉해 1 shot의 위스키를 따라도 향이 올라올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준다. 가격은 보통 두 개에 15천원 수준으로 비싸지 않다. 만약 이런 잔이 없고, 사고 싶지도 않다면 온더락 잔에 마시는 것도 괜찮다. 온더락 잔도 없다면 차라리 와인잔에 마시는게 좋다. 셋 중에 어떤 것도 없다면 하나 정도는 장만하길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관련하여 중앙일보에서 연재중인 김대영 기자님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중 좋은 기사를 공유한다.

[당신의 첫 위스키, 소주잔에 마시지 마세요 제발~ https://news.joins.com/article/23311567]

 

 

독한 도수에 자꾸 거부감이 든다면, 하이볼로 시작해보자.

위스키 하이볼은 만들기도, 마시기도 편하다[출처 : The Distiller Blog]

위스키에 익숙해지고 싶은데 높은 알코올 때문에 자꾸 포기하게 된다면, 하이볼부터 시작해보자. 하이볼은 위스키+탄산수+레몬을 섞은 술이다. 위스키의 독한 알코올을 탄산수가 중화해주기 때문에 마시기 편하다. 그러면서도 위스키 특유의 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알코올에 익숙해지고 향에 익숙해지는 단계가 힘들다면, 반대로 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이볼을 사먹기 보다는 만들어 먹어보자

수준 높은 바텐더나 마스터가 제공하는 하이볼은 그 맛이 아주 훌륭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위스키를 시작하고, 그 위스키에 익숙해지는 입문 단계로 하이볼을 마시는 우리에게 그 정도 수준의 하이볼은 필요하지 않다. 위스키도 저렴한 라인을 구매한 만큼, 하이볼도 저렴하게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자. 그런 의미에서 초 간단 레시피를 제공한다.

 

  <준비물 : 위스키, 탄산수, 레몬, 얼음, >

 

  1. 잔을 미리 얼려둔다(하이볼 전용잔이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면 맥주잔처럼 투명하고 큰 유리잔 아무거나)
  2. 얼려둔 잔을 꺼내어, 레몬 조각을 넣는다(혹은 레몬 원액을 조금 넣는다)
  3. 그 안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4. 위스키와 탄산수를 1:3~1:5 비율로 취향에 맞게 넣는다(눈대중으로 해도 괜찮다)
  5. 잔을 가볍게 흔들어준다

 

단계가 5단계나 되어보이지만, 실제로 매우 간단한 방법이다. 이 때 탄산수는 트레비를 사용하면 충분하다. 레몬을 보관하기 애매하다면 마트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레몬원액을 대신 넣으면 된다(레몬 원액은 티스푼으로 1t 정도만 넣어주자). 너무 대충인 것 같지만 한 번만 시도해봐라. 매일 하이볼을 마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테니.

 

다양한 방법은 나중에 시작하자

위스키의 향을 느끼는 방법에는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 물을 한 방울 떨어트려 향이 열리게 한 뒤 음미하는 것, 물을 좀더 넣어 마셔보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적인 방법은 위스키에 조금 더 익숙해진 뒤에 시도해보자. 아직은 큰 차이를 모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방법이 100% 맞다고 할 수도 없고,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위스키에 익숙해지고, 다양한 위스키를 갈망하기 시작한다면 드디어 우리는 '위린이'가 될 수 있다. 위린이가 되었다면 이미 충분히 위스키를 즐길 준비가 되었으니, 각자의 방법으로 위스키를 알아가는 것도 좋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위린이에서 벗어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포스팅 할 예정이다(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