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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술신잡/위스키에 대하여

위스키는 다 같은 위스키일까? - 위스키의 종류③ 캐나디안 위스키(Canadian Whisky), 재패니즈 위스키(Japanese Whisky)

캐나디안 위스키(Canadian Whisky)

우리에게 캐나디안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와 버번 위스키에 비해 친숙하지 않으며, 네임밸류도 낮다. 하지만 캐나디안 위스키는 전 세계 판매량 3위를 차지하는 위스키이며, 2010년 이전에는 미국에서 버번보다도 판매량이 많았던 위스키다. 캐나다 고유의 제조 방식이 주는 라이트하고 부드러운 맛이 캐나디안 위스키의 강점이다.

 

캐나디안 위스키 규정

캐나디안 위스키도 다른 위스키들과 마찬가지로 그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서 따라야 하는 규정이 있다. 대표적인 규정을 아래와 같다

 

   1. 캐나다에서 만들어야 한다(Mashed, Distilled, Aged in Canada)

   2. 3년 이상 나무통에서 숙성해야 한다.

   3. 최종 병입시 40% 이상의 알코올을 함유해야 한다.

 

[캐나다 식약처에서 지정한 Canadian Whisky 규정]

출처 : https://laws-lois.justice.gc.ca/eng/regulations/C.R.C.,_c._870/section-B.02.020.html

 

스카치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에 비해 규정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이다.

 

 

캐나디안 위스키 제조 방법

캐나디안 위스키는 보통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다. 높은 알코올 함량의 베이스 위스키(Base Whisky)와 풍부한 향미를 갖고 있는 플레이버 위스키(Flavour Whisky)를 혼합하여 만든다.

 

베이스 위스키(Base Whisky)는 주로 옥수수(Corn)를 증류하여 만든다. 연속 증류를 통해 90% 이상의 알코올을 가진 스피릿을 추출하여 맛은 부드럽고 라이트한 편이다. 또한, 옥수수만을 사용하여 연속증류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풍미는 적은 편이다. 추출한 스피릿은 규정에 따라 나무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하는데, 주로 재활용 오크통을 사용한다.

 

플레이버 위스키(Flavour Whisky)는 주로 호밀(Rye), 보리(Barely), (Wheat)를 사용하여 만든다. 연속 증류 혹은 단식 증류를 사용하여 낮은 도수의 풍부한 향미를 갖는 스피릿을 추출한다. 주로 새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두 가지 위스키를 적절히 40% 도수 이상으로 혼합하여 병입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캐나디안 위스의 제조 방식이다. 하지만 별도의 규정은 없기 때문에 100% 라이 위스키(Rye Whisky) 등 다양한 형태의 위스키가 나온다.

 

 

캐나디안 위스키? 라이 위스키? 캐나디안 라이 위스키?

 

 

캐나디안 위스키 규정 첫 줄을 다시 보면 세 가지 이름을 혼용하여 규정을 정의 하고 있다.

 

   1. Canadian Whisky

   2. Canadian Rye Whisky

   3. Rye Whisky

 

모두 같은 의미라는 뜻이다. 정의에 따르면 통곡물을 사용하면 만든 모든 위스키는 ‘Rye’라는 이름을 사용 할 수 있다. 심지어 호밀(Rye)이 들어가지 않아도 말이다.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ey)에서 라이 위스키(Rye Whiskey)“51% 이상의 호밀을 증류한 위스키로 정의한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캐나디안 위스키를 마시거나, 주문 할 때는 호밀 맛이 나지 않는 라이 위스키(Rye Whisky)가 있다고 해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도록 하자.

 

물론 대부분의 캐나디안 위스키는 호밀(Rye)을 포함한다. 여전히 캐나다에서는 풍부한 향을 내기 위해 호밀을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5~15% 정도를 첨가한다.

 

캐나디안 클럽(Canadian Club, 좌)과 크라운 로얄(Crown Royal, 우)

캐나디안 위스키는 대체로 맛이 순하고 라이트 한 편이며, 가격대가 합리적인 편이라 가볍게 바시기에 좋다. 대표적인 제품은 캐나디안 클럽(Canadian Club)과 크라운 로열(Crown Royal)이 있다. 크라운 로열의 크라운 로열 라이(Crown Royal Rye)’는 유명한 위스키 평가자인 짐 머레이(Jim Murray)가 꼽은 2016 최고의 위스키로 선정되기도 했다(https://www.whiskybible.com/whiskybibleawards2016/)

 

 

[TMI : 캐나디안 위스키에 Rye를 사용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캐나다에서는 Rye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것일까? 답은 역사 속에 있다. 초기의 캐나디언 위스키는 밀 제분소(Wheat Mill)에서 남는 잉여 밀을 처리하기 위해 제조했다. 위트 위스키(Wheat Whisky)인 셈이다. 그러던 중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이민자들이 풍부한 향을 내기 위해 호밀(Rye)을 증류해 섞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위트 위스키와의 구분을 위해 이를 라이 위스키(Rye Whiskey)라 불렀다. 라이 위스키는 빠르게 퍼져나가 캐나디안 위스키의 대표로 자리매김 했고, 사람들은 더 이상 캐나디안 위스키와 라이 위스키를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았다. 이것은 당연했으며, 어떠한 혼란도 없었다.

혼란이 생긴 것은 미국에서 ‘라이 위스키(Rye Whiskey)’에 대해 규정하면서부터다. 미국에서 라이이 위스키의 호밀(Rye) 비율을 정확히 51% 이상으로 규정해버리니, 사람들은 캐나디안 라이 위스키의 제각각인 호밀 비율 때문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캐나다 내에서는 세 가지 용어의 혼용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굳이 미국의 영향으로 이를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캐나다 식약처의 규정에서조차 세 용어를 모두 정식 용어로 인정한 것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캐나디안 위스키의 제조 방식이 아메리칸 위스키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메리칸 위스키는 하나의 매시(Mash, 원료배합물)를 증류하여 위스키를 만들기 때문에 51%라는 정확한 수치를 규정 할 수 있다. 하지만 캐나디안 위스키의 경우 베이스 위스키(Base Whisky)와 플레이버 위스키(Flavour Whisky)를 혼합하여 병입하기 때문에 특정 수치를 정하기 애매하다.

 

 

재패니즈 위스키(Japanese Whisky)

 

다양한 재패니즈 위스키 [출처 : Alibaba Store]

 

위스키계의 기린아. 재패니즈 위스키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물론 100년 가까이된 위스키 역사를 지닌 재패니즈 위스키에 아이()’라는 표현은 이상 할 수 있으나, 재패니즈 위스키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로 볼 수 있으니 썩 틀린 표현도 아니다. 2001 Whisky Magazine에서 선정한 Best of the Best Nikka Yoichi 10년이 선정되고, 2003년에 있던 ISC(International Spirits Challenge)에서 Suntory Yamazaki 12년이 금상을 수상하며 재패니즈 위스키의 명성이 급부상 하고 있다.

 

재패니즈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와 매우 유사하다. 제조 기술이 스코틀랜드로부터 가져 왔기 때문. 그래서 각 제조사의 대표 라인업도 싱글몰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 두 가지다. 다만 독주를 즐기지 않는 일본 문화에 맞춰 보다 부드러운 맛에 중점을 두고 제조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재패니즈 위스키들은 피트향도 적은 편이다(물론 피트향이 매우 강한 재패니즈 위스키도 있다).

 

어떻게 보면 스카치 위스키의 아류(亞流)라 볼 수 있는 재패니즈 위스키가, 스카치 위스키에 맞먹는 위상을 갖게 된데는 비즈니스 환경의 영향이 컸다. 스코틀랜드에서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 때는 일반적으로 여러 회사의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을 섞는다.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라 할 수 있지만, 상호 협력 관계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에는 Suntory Nikka라는 위스키 제조의 양대산맥인 회사가 있으며, 그들은 서로의 원액을 공유하지 않는다. 철저한 경쟁이다. 품질이 높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 각 회사는 다양한 원액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각 회사는 일본 각지에 여러 개의 증류소를 만들었으며, 한 증류소 내에서도 다양한 원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모양, 사이즈의 증류기를 만들고, 건조방식도 다양화 했으며, 숙성 방법도 하나를 고집하지 않았다. 이러한 다양성이 재패니즈 위스키가 성장하는데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

 

 

재패니즈 위스키 중 최고 경매가를 달성한 Suntory의 Yamazaki 50년 [출처 : The Value]

대표적인 재패니즈 위스키 회사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Suntory Nikka. Suntory의 대표 제품은 싱글 몰트의 야마자키(Yamazaki)와 블렌디드의 히비키(Hibiki), Nikka의 대표 제품은 요이치(Yoichi)가 있다. 야마자키 50년은 홍콩 경매에서 USD 343,000에 낙찰되며, 당시 기준 역사상 최고가로 낙찰된 재패니즈 위스키가 되었다(2018 8월 기준이며, 현재 최고가는 같은 야마자키 50년에 의해 경신되었다. 2019 USD 430,000)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쉬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 캐나디안 위스키, 재패니즈 위스키. 이렇게 다섯가지가 현재 세계 5대 위스키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점은 위스키의 표기다. 스코틀랜드, 캐나다, 일본은 Whisky, 아일랜드와 미국은 Whiskey로 표기한다. 스코틀랜드에서 표기한 Whisky라는 표기를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캐나다와 스코틀랜드의 기술을 들여온 일본에서 차용하였고, 아일랜드 사람이 위스키 제조법을 전파한 까닭인지 미국에서는 Whiskey를 차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