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5 - [알술신잡/위스키에 대하여] - 위스키는 다 같은 위스키일까? – 위스키의 종류① 스카치 위스키(Scotch Whisky)
골프 황제. 1997년 마스터즈 토너먼트(Masters Tournaments)의 우승을 시작으로 골프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된 타이거 우즈에게 붙는 수식어다. 몰락한 황제. 여러 차례의 부상과 섹스스캔들로 인해 경기력이 부진해진 타이거 우즈에게 다시 붙은 수식어다. 황제의 귀환. 오랜 슬럼프와 부진을 깨고 2019년 마스터즈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에게 붙은 수식어다.
황제, 몰락한 황제, 그리고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의 삶은 아이리쉬 위스키와 닮아 있다.
아이리쉬 위스키(Irish Whiskey)
어떤 음식이든, 제품이든 항상 원조는 존재한다. 위스키에도 물론 원조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위스키의 원조를 아이리쉬 위스키라고 이야기 한다. 아일랜드의 수도승이 6세기에 의약용으로 제조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향수 제조를 위한 증류 기술을 들여왔는데, 이 기술을 위스키 제조에 적용한 것이 최초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누구의 주장도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위스키 원조에 대해서는 아직 갑론을박이 많은 상황이다. 스카치 위스키와의 신경전이 특히 치열한데, 그래서인지 위스키의 영어 표기인 Whisky와 Whiskey를 끝까지 통일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스카치 위스키는 Scotch Whisky로, 아이리쉬 위시키는 Irish Whiskey로 적는다).
누가 먼저 위스키를 만들었든, 처음 위스키를 부흥 시킨 장본인은 누가 뭐래도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한 때 등록된 증류소만 200개, 미등록 증류소는 2,000~20,000개를 보유했던 위스키 강국이다. 당시에 지어진 증류소 중 현재까지 존재하는 증류소는 ‘Bushimills Distillery’.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로 유명한 곳이다. 아일랜드 내전, 2차 세계대전, 미국의 금주령 등을 겪으며 그 많던 증류소는 1900년대 후반, 한 자리수로 줄어들게 된다. 최근 위스키의 위상과 인기가 높아지고, 위스키 매니아들의 다양한 니즈와 맞물려 다시금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아이리쉬 위스키의 특징
전통적인 아이리쉬 위스키는 몰트(Malt, 맥아)와 보리(Barley, 발아하지 않은 보리), 그리고 다른 통곡물을 3회 증류하여 만든다.
스카치 위스키를 기준으로 전통적인 아이리쉬 위스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료와 증류 횟수다. 스카치 몰트 위스키는 맥아를 사용하여 만든다. 하지만 아이리쉬 위스키는 몰트와 보리를 섞는다. 그리고 스카치 위스키는 2회의 단식 증류를 거치지만, 아이리쉬 위스키는 3회의 단식 증류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아이리쉬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 대비 순한 향이 나고, 바디감이 라이트하다. 또 다른 차이점은 피트향인데, 아이리쉬 위스키는 맥아와 보리 건조 시에 피트(Peat, 이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위스키에서 피트향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카치 위스키와는 다르게 아이리쉬 위스키는 재료, 증류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비교적 근래에 운영을 시작한 Cooley 증류소는 맥아 100%, 피트향 첨가, 2회 증류 등 스카치 위스키의 제조 방법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Cooley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증류소에서도 필요에 따라 제조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하기도 한다.
아이리쉬 위스키의 구분
아이리쉬 위스키는 재료의 배합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한다.
1.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Irish Whiskey)
- 하나의 증류소에서 몰트만을 만든 위스키
2. 싱글 팟 스틸 위스키(Single Pot Still Irish Whiskey)
- 하나의 증류소에서 30% 이상의 몰트와 30% 이상의 보리(Barley)를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 주로 3회 증류한다(Triple distilled Whiskey)
3.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ey)
- 30% 미만의 몰트와 30% 미만의 보리, 그리고 기타 곡물을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
추가적으로 위의 위스키를 블렌딩하여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가 있으며, 많은 아이리쉬 위스키가 블렌디드로 제조된다.
아이리쉬 위스키의 대표 주자는 제임슨(Jameson, 현지 발음 제머슨)으로, 아이리쉬 위스키의 명맥이 끊이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인 브랜드다. 이외에 부쉬밀스(Bushimills), 쿨리(Cooley) 등의 위스키가 있으며, 현재 제 2의 부흥을 향하며 수많은 증류소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ey)
위스키 시장의 독보적인 1위는 스카치 위스키지만, 확고한 2위도 있다. 바로 아메리칸 위스키다. 아메리칸 위스키에도 종류가 있다.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 테네시 위스키(Tennessee Whiskey), 라이 위스키(Rye Whiskey), 콘 위스키(Corn Whiskey), 위트 위스키(Wheat Whiskey) 등. 단연 제일 유명하며 아메리칸 위스키를 대표하는 위스키는 버번이다.
이것만 알아두자
[버번 위스키 : 51% 이상의 옥수수를 사용하며, 내부를 불로 태운 새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
버번 위스키(Bourban Whiskey)
아메리칸 위스키의 대표 주자다. 51% 이상의 옥수수와 보리, 호밀, 귀리 등의 기타 곡물을 재료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연속 증류를 통해 스피릿(Spirit)을 추출하며, 숙성은 내부를 불로 태운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 주로 켄터키 지역에서 생산한다. 버번도 스카치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American Bourbon Whiskey에서 규정한 버번이 되기 위한 규정이 있다.
1. Made in USA!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
2. 51% 이상의 옥수수가 들어간 곡물로 만든 원액이어야 한다.
3. 불에 태운 새 오크통에 숙성하여야 한다.
4. 증류 시 스피릿(Spirit)의 도수는 160프루프(80%)를 넘지 않아야 한다.
5. 숙성을 위해 오크통에 들어가는 원액의 도수는 125프루프(62.5%) 넘지 않아야 한다.
6. 최종 병입하는 위스키의 도수는 80프루프(40%)를 넘어야 한다.
잠깐 상식
프루프(Proof)란 미국에서 사용하는 증류주의 알코올 함량 표기법으로, 버번 위스키가 처음 사용한 단위다. 그 절반을 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도수 표기가 된다. 유명한 럼주인 ‘바카디 151’의 151은 알코올 함량 75.5%라는 의미가 있다.
버번은 스카치 위스키와 다르게 숙성 기간을 규정하지 않는다. 3개월의 정도의 단기간 숙성 후 출시하는 위스키도 있을 정도다. 다만, 숙성 기간과 관련하여서는 제품에 부착하는 Label에 관한 규정이 있다.
1. 최소 2년 이상 숙성하고, 첨가물을 넣지 않은 버번은 ‘스트레이트 버번(Straignt Bourbon)’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2. 단, 4년 미만 숙성의 스트레이트 버번은 반드시 숙성 기간을 Label에 명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스카치 위스키와 비교하자면 숙성 기간은 대체로 짧은 편인데, 그 이유는 천사의 몫(Angel’s Share)이 많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대비 연중 온도차가 큰 켄터키 지역의 기후 탓에, 오크통에서 매년 증발하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첫 1년 동안 전체의 10% 정도가 사라지며, 12년을 숙성하면 대략 절반 수준으로 원액이 줄어든다. 스카치 위스키처럼 고숙성을 한다면 판매 할 원액이 없어지니 숙성 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따금씩 나오는 고숙성 버번은 매우 높은 가격에 판매가 된다(물론 맛이 특출나게 좋아서라기 보다는 희귀하기 때문).
하지만 숙성 기간이 짧다고 해서 오크향이 위스키 원액에 덜 스며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버번 숙성 저장고는 스코틀랜드 대비 연중 온도차가 크기 떄문에 오크통의 팽창과 수축이 활발하다. 팽창과 수축이 활발한 만큼 오크통과 원액의 상호작용 또한 활발하다.
또한 버번은 스카치 위스키와 다르게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 그만큼 통 자체가 갖는 오크향이 보다 풍부하다. 처음 우려낸 티백이 가장 진하게 우러나듯, 처음 사용하는 오크통에서 숙성한 버번에는 단시간 내 오크향이 충분히 스며든다. 되려 스카치 위스키와 같이 너무 오래 숙성하면, 훌륭한 버번을 만들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버번은 짐빔(Jim Beam),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와일드터키 101(Wild Turkey 101), 불릿(Bulleit),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등이 있다.
다른 아메리칸 위스키
버번을 제외한 다른 아메리칸 위스키는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편이다.
테네시 위스키(Tennessee Whiskey)
테네시 위스키는 대체적으로 버번과 같지만, 그 이름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이 두 가지 더 필요하다
1. 테네시 주에서 만들어야 한다.
2. 숙성 전에 단풍나무 숯으로 여과해야 한다(이를 Lincoln County Process라고 한다)
(Tennessee 주의 House Bill No. 1084에서 규정. 원문 링크 :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101b837e4b0202016c6b5c9/t/52363a84e4b0855d9f5aca50/1379285636684/Tennesee+Whiskey+Law.pdf)
소비자 입장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테네시 위스키 제조사들은 버번 위스키로 불리는 것을 싫어하며, 라벨에도 명확하게 테네시 위스키라고 명기한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그 유명한 잭다니엘(Jack Daniel)과 조지 디켈(George Dickel)이 있다.
그 외에 아래 위스키도 있다.
라이 위스키(Rye Whiskey) : 호밀이 51% 이상 들어간 위스키
위트 위스키(Wheat Whiskey) : 밀이 51% 이상 들어간 위스키
콘 위스키(Corn Whiskey) : 옥수수가 80% 이상 들어가며, 불에 태우지 않은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
위의 세 위스키가 다른 위스키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대체로 제조 방식등이 중복되므로 간단하게 정의만 짚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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