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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술신잡/위스키에 대하여

위스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 위스키 제조 과정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제일 먼저 위스키 제조 과정이 궁금해졌다.

위스키의 제조 과정은 예술과 과학의 절묘한 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무척이나 어렵고도 재미가 있다. 

이 과정을 알고나서야 흔히들 말하는 피트향이라든지, 쉐리 오크라든지 하는 위스키 용어들에 대해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위스키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것만은 알아두자!

위스키는 보리에 싹을 틔워 발효 시킨 액체를 증류한 뒤 숙성한 술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 나왔다(단, '보리'라 지칭한 것은 특히 싱글몰트 위스키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 다루는 제조 과정은 싱글몰트 위스키의 제조 과정이다)

 

약간만 더 자세히 말하자면

  1. 보리에 물을 먹여 싹을 틔운 뒤 건조하고(맥아 제조)

  2. 맥아를 갈아 엿기름을 만들고(엿기름 제조)

  3. 엿기름을 물과 섞어 맥아즙을 만들고(맥아즙 제조)

  4. 맥아즙을 발효시켜 알코올을 품게 만들고(워시 제조)

  5. 워시를 끓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스피릿 제조)

  6. 오크통에 숙성시켜 위스키를 만든다.

 

아래의 표를 통해 간단하게 위스키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다.

위스키는 몰팅, 매싱, 발효, 증류,숙성,병입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본 그림은 'Great Drams'의 'Greg'의 글을 번역한 것.

 

1. 몰팅(Malting)

몰팅이란 보리(Barley)를 발아(Germination)시켜 맥아(Malt)를 만드는 과정이다.

 

보리를 물에 담궈 충분한 수분을 머금게 한 뒤, 몰팅 플루어(Malting Floor)에 고르게 펴준다. 하루 정도가 지나면 보리에서 싹이 나기 시작하며, 이를 발아라고 부른다. 최종적으로 7~10일간 발아 과정이 이어지며, 이 때 골고루 발아가 될 수 있도록 보리를 주기적으로 뒤집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리 내의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여, 이후 발효를 위한 조건이 갖추어진다. 발아한 보리를 그린몰트(Green Malt)라고 부른다. 

 

보리가 적당히 발아하면, 이를 멈추기 위해 수분을 제거해 주는 '건조' 작업이 이루어진다. 건조는 가마(Kiln)에서 이루어진다. 가마의 상층부에는 건조실이 있고, 이 안에 있는 작은 구멍이 뚫린 건조대에 그린몰트를 올려 준다. 가마의 아랫부분(1층)에서 탄을 때어 열기와 연기로 건조실에 있는 그린몰트를 건조한다. 이때 '탄'은 일반적으로 '석탄' 혹은 '이탄(Peat)'을 사용한다.

 

이탄(Peat)이란, 식물 혹은 유기체가 불완전 부패하여 생긴 석탄의 일종으로, 여기서의 식물/유기체는 보통 죽은 나무, 관목, 이끼 등이다. 완전한 석탄이 되지 못한 존재다. 이탄을 태운 연기로 건조하면 맥아에 스모키한 향이 배어드는데, 이런 맥아를 사용해 만든 위스키를 '스모키하다', '피트향이 난다' 라고 표현한다. 

 

충분히 건조된 맥아는 다음 단계인 'Mashing' 과정으로 넘어간다

 

2. 매싱(Mashing)

매싱이란 건조한 맥아를 분쇄(Milling)한 뒤 뜨거운 물에 용해시켜 맥아즙(Wort)을 만드는 과정이다. 

 

건조가 완료된 맥아의 뿌리를 제거한 뒤 분쇄기(Millin Machine)에 넣는다. 분쇄기에서 잘게 부서진 가루를 엿기름(Grist)이라고 한다(분명한 '가루'이지만 '엿기름'이라 부른다). 이 엿기름을 당화조(Mash Tun)라 부르는 커다란 통에 넣는다(과거의 당화조는 나무였으나, 현대에서는 금속 통을 사용한다). 당화조에 뜨거운 물을 섞고 엿기름과 잘 섞어주면, 엿기름 내의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게 된다. 충분히 용해되고 당화하면 '맥아즙(Wort)'이 완성된다. 이 맥아즙은 언더백(Underback)이라 불리는 통에 저장되었다가, 20도 정도로 냉각되어 다음 단계인 '발효' 과정으로 보내진다. 

 

3. 발효(Fermentation)

발효는 맥아즙(Wort)에 효모(Yeast)를 섞어, 알코올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효모라는 균은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내뱉는 균이다. 그래서 당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는 맥아즙과 효모를 한데 섞으면 알코올이 생긴다. 이 과정이 '발효' 과정이다. 

 

발효를 위해 언더백(Underback)에 저장되어 있는 맥아즙을 식힌 후 워시백(Washback)이라 부르는 커다란 통에 넣고, 여기에 효모를 첨가한다. 워시백에서는 효모에 의해 발효가 일어나고, 약 2~4일이 지나면 발효는 완료된다. 발효가 완료된 액체를 워시(Wash)라 부르며, 워시는 통상 5~9%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이 때 만들어지는 워시의 도수에 따라 위스키의 풍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4. 증류(Distillation) 

증류 과정은 워시(Wash)를 끓여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함유한 액체(Spirit)를 추출하는 과정이다. 

 

증류란 여러 성분이 혼합된 액체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하여, 성분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물의 끓는 점은 100℃, 알코올(에탄올)의 끓는점은 78.37℃다. 따라서 수분과 알코올이 뒤섞여 있는 워시(Wash)를 끓이면 알코올이 먼저 증발하게 되고, 이를 추출하여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얻는 작업이 바로 위스키에서의 '증류(Distillation)'다. 

 

증류소마다 방식은 조금씩 상이하나, 증류는 통상 2회 이상 이루어진다. 1차 증류를 위해 워시(Wash)를 워시 스틸(Wash Still)에 넣고 끓인다. 이 과정에서 완성한 증류액은 통상 20%의 알코올을 함유하는데, 이를 '로우 와인(Low Wine)'이라 부른다. 로우와인의 양은 일반적으로 워시의 30%정도 수준이다.

 

로우 와인은 2차 증류를 위해 스피릿 스틸(Spirit Still)로 들어간다. 스피릿 스틸에서의 2차 증류는 높은 도수의 알코올 얻는 것 이외에 해로운 성분을 제거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로우 와인을 증류하여 가장 먼저 나온 액체를 초류(Foreshot), 다음을 중류(Heart), 마지막에 나온 성분을 후류(Feint)라고 한다. 위스키에 사용되는 것은 바로 '중류'다. 증류의 최종 결과물로 얻은 액체를 스피릿(Spirit)이라고 하며, 60%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한다. 

 

5. 숙성(Aging)

숙성(Aging)이란 말그대로 스피릿(Spirit)을 오크통에 넣고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다. 

 

오크통에서 숙성되지 않은 스피릿은 위스키라 부르지 않는다. 위스키가 되기 위해서 스피릿(Spirit)은 최소 3년간 오크통 안에서 숙성되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맥캘란 12년, 보모어 15년에 붙는 '년수'가 바로 오크통에서 숙성된 기간을 의미한다.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스피릿은 오크통과 상호작용하여 위스키 특유의 향과 풍미를 갖는다. 오랜시간 숙성 할 수록 그 향은 깊어지며, 짧은 숙성 기간을 거친 위스키들이 흉내낼 수 없는 아우라가 생긴다. 모든 위스키가 오래오래 숙성되어 뛰어난 맛을 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스키 제조사들이 30년, 4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천사의 몫(Angel's Share) 때문이다.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위스키는 매년 2~3%가 증발하여 사라진다. 이를 천사의 몫이라 부른다. 따라서 숙성연차가 길어질 수록 오크통 안의 위스키는 줄어들고, 생산량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위스키를 오래 숙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래 숙성한 위스키들의 가격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위스키의 숙성년도를 부르는 말은 '년산'이 아닌 '년'이다. 발렌타인 21'년', 아드벡 10'년'이다. 발렌타인 21'년산'이 아니다. '년산'은 주로 와인에 붙이는 것으로, 해당 와인의 빈티지(Vintage)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다. 한 병에 6억이 넘는 가격에 팔린 로마네콩티 1945는, 1945'년산'이다. 194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위스키에 붙는 숫자는 몇 년 숙성하였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이기 때문에 유의하여 사용해야 한다. 

 

6. 병입(Bottling)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병에 담아 상품화 하는 과정이다. 병입시에는 오크통에서 추출한 위스키 원액과 연수(Soft Water)를 섞어 알코올 함량과 향을 조절하며, 통상적으로 40~45%정도로 병입한다. 다만 가끔씩 원액 그대로를 병입하며 판매하는 Cask Strength라는 제품도 있으며, 보통 50%에서 60%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한 위스키다. 

 

 

위스키 제조 과정을 공부하다보니, 제조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이야기들도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